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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고혈당 쇼크, 국민배우를 덮친 당뇨병의 급성합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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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갑작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국민배우 김수미 씨가 고혈당 쇼크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고, 고혈당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고혈당은 단순히 혈당이 높은 상태를 넘어, 위의 경우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 대사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몸은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가 필요하다. 마치 자동차가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듯, 우리 몸은 포도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혈액을 통해 세포 곳곳에 운반된 포도당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 덕분에 세포 안으로 들어가 에너지를 생성한다. 인슐린은 세포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작용하지 못한다. 즉, 세포 문을 열 열쇠가 없거나, 열쇠가 있어도 녹이 슬어 문이 열리지 않는 것과 같다. 포도당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속에 쌓이게 되고, 몸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 상태에서 몸은 포도당을 더 만들어야 하는 줄 알고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늘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더 많아진 혈중 포도당에 의해 이뇨작용이 생겨 소변량이 늘어나면서 탈수가 진행된다.

이때 인슐린 부족이 심할 경우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로 사용하게 되는데, 그 결과 케톤체가 생성되고 이 케톤체가 산성 물질로 몸에 쌓이면서 몸이 산성이 되는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발생하게 된다. 인슐린 부족이 상대적으로 덜할 경우 케톤체는 덜 생성되어 산증이 생기지는 않지만, 고혈당 상태와 탈수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체내 삼투압이 높아지는 고삼투압성 고혈당 상태(=고혈당성 혼수)가 발생한다.

급성 합병증의 증상으로 갑자기 많아진 소변의 양, 심한 갈증 및 입마름, 체중의 감소, 구토 및 복통, 과호흡, 체력 저하, 저혈압, 불분명한 의식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가 원래 있었던 것을 몰랐거나, 당뇨병이 잘 관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염 및 심혈관질환 등 유발인자가 동반되면 급성 합병증이 생길 수가 있는데, 만약 초기 증상을 무시하고 방치하면 의식이 흐려지고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이를 알고 예방하고, 의심이 되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은 시간을 다투는 응급 상황이다. 신속한 치료가 생존의 열쇠다. 치료는 주로 수액 공급, 인슐린 투여, 전해질 교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탈수와 전해질 이상을 교정하기 위해 수액을 공급하고, 고혈당을 낮추고 케톤체 생성 중단을 위해 인슐린을 투여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당뇨망막병증, 당뇨병성 콩팥병, 말초신경병처럼 많이 알려진 만성 합병증과 마찬가지로 급성 합병증도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혈당 관리의 핵심이다. 꾸준한 운동은 인슐린 민감성을 높여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

당뇨를 진단받지 않은 개인의 경우 직장 및 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을 통해 평상시 본인이 고혈당 및 당뇨에 해당하지 않는지 주기적인 관찰과 생활 습관의 관리가 필요하다. 당뇨를 관리 중인 환자는 인슐린을 제대로 맞고 당뇨병약을 정확하게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뇨 환자는 몸이 질병에 취약한 상태가 되는데, 다른 질환이 동반될 경우 몸이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서 식욕이 떨어져 식사량이 줄어도 혈당은 오히려 높아진다.

식사량이 줄어들면서 저혈당을 염려하여 과일주스, 두유 같은 음료만 마시면서 자의로 당뇨약과 인슐린을 중단하는 경우들을 적잖게 볼 수 있다. 이 경우 음식 섭취 부족에 의한 탈수와 혈당의 부적절한 조절에 의한 고혈당 상태와 탈수가 동반될 수 있으므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혈당을 확인하고, 병원을 방문하여 몸 상태 확인과 당뇨약 조절을 통해 급성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배우의 안타까운 사연은 당뇨병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당뇨병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철저히 관리하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

김단 ‘더 프라우병원’ 원장, 내과 전문의

출처 : 울산제일일보(http://www.uj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