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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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두발로 걷는다. 걸을 때 무릎에 부하되는 압력은 일반적으로 체중의 약 3배라고 한다. 이는 걸을 때 발생하는 충격과 중력이 결합된 결과이다. 무릎관절 혹은 관절 주변 통증으로 내원하는 정형외과 환자가 많은 이유이다. 그러면 무릎이 아프면, 모두 관절염일까?
더프라우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황철호 원장은 “무릎 통증은 위치에 따라 다양한 원인들이 있다"고 전한다. 황 원장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어본다.
30대 여성 A씨가 무릎이 아파서 다른 병원에서 X-ray 촬영 후, 관절염 진단 받고 관절 내 주사치료를 받았는데, 호전이 없어 내원했다. 30대 여성이 관절염? 무릎이 아픈 위치를 물으니 무릎 안쪽이 아프다고 한다. X-ray를 촬영했더니 아무리 보아도 관절염 소견은 보이지 않는다.
X-ray로 관절염의 단계를 나눌 때 사용하는 것이 켈그렌-로렌스 분류인데, 관절부위 통증이면서 방사선상 약간 의심된다 정도일 때 1단계라고 분류한다. 하지만, 이것은 의심일 뿐이다. 실제로는 관절염이 아닌 경우도 많다. 무릎의 안쪽이 아플 때, 가장 흔한 것이 관절염인 것은 맞다. 하지만, 환자의 연령과 증상, 통증의 정확한 위치에 따라서 다른 진단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 환자의 경우를 예로 든 이유이다.
무릎의 안쪽이 아프다고 해 해당부위를 꼼꼼히 눌러보았다. 관절면 압통 (해당부위를 눌렀을 때 발생하는 통증)은 없었고, 경골(무릎관절을 이루는 두 개의 뼈 중 아래 뼈, 정강이뼈라고도 함) 내측부 압통이 확인됐다. 관절 문제가 아님을 설명하고 시행한 초음파 검사에서 거위발 힘줄염 진단 하에 해당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와 약물치료 병행해 치료했다. 물론, 통증이 호전돼 치료 종결한 경우이다.
20대 남성 B씨는 운동 후 발생한 무릎 바깥쪽 통증으로 물리치료 등을 받아도 호전이 없어 내원했다. 장경대염을 진단받고 치료했다고 했으나, 이학적 검사상 외측 관절면 압통이 명확하고, 맥머레이 검사(McMurray test)상 양성 소견이 확인됐다. MRI 검사 시행 후, 외측 반월상 연골판 손상 진단돼 관절내시경 수술 후 치료된 사례이다.
이와 같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전문의가 환자에게 통증의 위치를 묻고, 이학적 검사를 하는 것도 그 중에 하나이다. 무릎 관절 혹은 관절 외 원인을 찾기 위해서 가장 정확한 검사가 MRI이지만, 모든 환자를 비용 부담되는 MRI를 촬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통증의 위치에 따라 의심할 수 있는 흔한 질환을 안다면, 정밀검사와 적극적 치료의 필요성을 아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릎 앞이 아파요"
보통 젊은 연령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대표적으로는 슬개골(무릎뼈)와 연관돼 있지만, 대퇴 근력이 약한 경우에도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외래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은 추벽증후군, 연골연화증, 슬개건염, 슬개골 전 점액낭염 등이 있다. 증상은 보통 무릎을 구부리거나 앉아 있는 상태에서 일어날 때 통증이 악화되며, 평지를 걸을 때보다 계단 오르내릴 때 통증이 심한 경우가 많다. 통증이 발생했을 때, 열감과 부종이 있는 경우는 냉찜질을 해주고, 소염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단, 증상이 반복되거나, 그 정도가 심해진다면 전문의의 진료 하에 치료하는 것이 맞다. 추벽증후군이나 연골연화증 같은 경우는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을 경우 연골 손상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골은 자연 치유가 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구조물이고, 한번 온 손상은 계속 진행돼 추후 연골 재생술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릎 뒤가 아파요"
무릎은 굽히는 관절이다. 즉, 무릎 관절내 손상이 외상이 아닌 퇴행성으로 온다면, 대부분 후방부 쪽에 손상이 온다. 연골을 보호하는 물렁뼈인 반월상 연골판도, 관절의 움직임과 완충작용을 하는 연골도, 모두 전방부보다 후방부에 손상이 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그 손상으로 인해서 무릎 뒤쪽에 혹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이 베이커낭종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전문의의 진료 하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정밀검사 시행 후 해당하는 이상 소견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무릎 안쪽/바깥쪽이 아파요"
관절 문제인 지, 관절 밖 문제인 지가 중요하다. 무릎을 이루는 두 뼈의 경계가 관절면이라고 한다. 관절면의 통증 또는 압통이 있다면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하는 것이 관절 문제이다. 관절 내 문제는 통증 치료만 하다 보면 자연 치유가 되지 않는 조직인 연골이나 반월상 연골판의 손상을 진행시킬 수 있다. 즉, 이런 경우는 미루지 않고 병원을 내원해 전문의의 진료를 조기에 받는 것이 진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전문의의 이학적 검사, 방사선 검사 등을 통해서 해당 부위 손상이 의심된다면, MRI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이 맞다. 단, 뼈와 뼈 사이가 아니라 윗뼈(대퇴골) 또는 아랫뼈(경골 또는 비골) 부위의 통증 및 압통 이라면 힘줄염, 윤활막염, 건염 등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증상 초기에는 휴식을 동반한 냉찜질, 이후에는 온찜질 등의 자가 치료와 소염제 복용 등을 통해서 염증 완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단, 1~2주 정도 지나서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염증의 만성화가 되기 전에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아픈 건 본인이 가장 잘 안다"는 말을 종종 하게 된다. 환자가 아픈 위치와 양상, 발생 상황 등을 전문의에게 정확히 전달하면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임상 진단이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MRI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고 보다 정확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일은 결코 정형화될 수 없는 영역이다. 의학이 '경험의 과학'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환자는 주치의를 신뢰하고, 주치의는 환자를 진심으로 진찰하며 쌓아가는 경험들이 곧 대한민국 의학의 정확성과 수준을 높이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리=민창연기자 changyoni@ulsanpress.net